2014년 3월 24일 월요일

부산일보 [예술인칼럼 '판'] 인디생활

언젠가 버스 안에서 공연한 적이 있었다. 승객들이 하나씩 올라타고 나도 올라타서 기타를 꽂고 마이크를 켰다. 차가 출발하고 공연이 시작되려고 할 때쯤 누군가 마이크를 잡고 내 소개를 해 주었다. "부산에서 인디생활 하시는 김태춘 씨입니다."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삑 나온다. 인디음악도 아니고 음악생활도 아닌 것이 '인디생활'은 도대체 뭐란 말이고. 머리에 젤인지 뭔지를 발라서 짧지도 길지도 않은 머리를 빳빳이 세우고는 입에는 참기름인지 뭔지를 발라 느끼한 서울말을 뱉어 대던 그자가 떠오른다.

인디란 말이 나온 김에 인디 얘기를 해야겠다. 먼저 나는 이 '인디'라는 말 자체가 싫다. 인디는 독립을 뜻하는 영어단어 'independent'의 줄임말이란다. 보통은 독립영화, 독립출판 이렇게 얘기하지만 왜 유독 음악에서만 '인디 인디' 하는지. 아마 겉멋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인디라고 자칭하는 인간들이 싫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인디라 하면 기타만 들었을 뿐이지 부모님 말씀 안 듣고 빌빌거리면서 라면이나 끓여 먹는 괴팍한 거지로 알거나, 인디를 발판으로 다수 기득권에 오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장발족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참으로 옳은 인식이다. 이런 인식은 인디 하신다는 분들이 스스로 만든 것도 있다. 겉으로는 아니라고 하면서 기득권에 대한 욕심을 내비치는 걸 보면 한심하다.

또 나는 '인디 인디'거리면서 인디와 그 이미지를 팔아먹는 사람들도 싫다. 음악평론가들, 문화평론가들, 지원금 받아 먹고사는 문화단체들은 꼭 필요하고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하지 않고, 사람들 모아 놓고 '인디란 무엇인가' 같은 뜬구름 잡는 소리나, 인디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그 길은 그들이 만드는 게 아니라, 우리가 만드는 것이다. 그들은 마치 인디가 무슨 패션의 한 흐름인 양 취급하면서 잡지에도 붙이고 기타에도 붙이고 심심하면 인디란 말로 도배를 한다(지금 나처럼). '독립'이라는 기본적인 뜻조차 이 '인디'라는 게 삼켜 버린 것 같다. 펑크를 펑크룩이 삼켜 버린 것처럼.

요즘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나면 '요새 바쁘냐'고 많이 묻는다. 나는 친구들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대답하기가 어려운지라 이 지면을 빌려 얘기하고자 한다. "친구들아, 나는 바쁘지도 않고, 공연도 많이 없고, 돈도 많이 없고, 그냥 집에서 '인디생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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